자기 아들 고생한다고 애 낳지 말라는 시어머니

오늘, 드디어 파국을 맞이했습니다. 시댁과.
정확히는 외동아들과 며느리를 손아귀에 쥐고 흔들고 싶어하시던 시어머니와.

결혼 3년차, 동갑, 30대 중반. 맞벌이 부부입니다.

친정, 시댁 모두 어렵지 않아요. 각자 집 두 채 이상 갖고 계시고, 매달 소득 있으시구요.

대신 돈쓰는 방식이 달라요. 친정은 돈 주고 알아서해라(간섭이 귀찮기도 하고 좀 무관심모드). 시댁은 돈 준만큼 하나부터 백까지 간섭(그게 사는 낙)

결혼한지 6개월 즈음, 시어머니가 하나뿐인 자기 아들이 지 자식 키우기 위해 돈버느라 고생하는 거 싫다고 애기 안낳는 것도 고려해보라고 하더군요. 돈 열심히 벌어서 나중에 자기들 나이 많이 들면 용돈 많이 주고 효도하라는 말도 보태주시고.

거꾸로 아닌가요? 일반적으로?
저희 친정만 해도 결혼할 때 큰 돈 내주셨고, 애기 생기면 더 잘 챙겨줄테니, 엄마아빠 걱정은 말고 알콩달콩 잘 살라고 하셨는데, 시댁에서는 저리말하더군요.(니가 계속 돈 벌어서 키울거면 몰라도라는 늬앙스 팍팍!). 자기 아들 혼자 고생해서 키우는 경우라면 자기들은 손자 없어도 된다고. (아직 생기지도 않은) 너희들 애기 때문에 자기들한테 부담줄까봐 걱정된다고. 이 무슨. ㅡㅡ.

자기 하나뿐인 아들 얼굴에 점이 몇개가 있었고 몇개가 더 생겼는지, 우리 아들 살이 1키로가 더 쪘는지 빠졌는지, 우리 아들 머리는 어느 미용실에서 하는지, 자기 아들 머리 마음에 안들면 미용실 바꾸라고 난리시던 모습, 아들 가방안에는 뭐가 들어있는지 다 뒤져보고 싶어하던 시어머니.

물론 남편은 시어머니 행동에 별로 관심도 없어요. 그래서 결혼한거지만. 가정적이고 잘 챙겨주고. 남편이랑은 별로 문제없어요. 있어도 없다 생각하고 살면 되는 것들이고. 그리고 뭐 세상 별난 시어머니 많으시니 그냥 그런가보다 했구요. 일년에 몇번 본다고.

파국의 가장 큰 원인(다른 일들도 많지만 뭐 말해뭐해요~)

집 장만할 때 시댁보다 친정 쪽에서 좀 더 보태주셨어요.(시댁에서는 저희쪽에서 여유가 있어 보이니 돈 안보태주려고 눈치보시다가 남편이 안보태주시면 그냥 둘 다 양가 도움 안받고 각자 모은 돈으로 전세든 월세든 시작하겠다고 하니 싫은티 팍팍 내시면서 마지못해 내놓으셨음) 시댁에서는 모자란 돈은 저희 친정 쪽에서 돈을 더 보탠다고 하니 얼씨구나 좋다하고 집 구할 때 별로 상관도 안하더군요. 집 계약도 별 무리없이 계약했고. 지금도 잘 살고 있고.

결혼하고 나서 시댁에서 저희집에 한번 오더니 그때부터 지금까지 바가지 쓰고 집 구했느냐니, 집을 대충지어서 맘에 안든다느니, 자재가 싼티난다느니. 집 볼 줄을 모르냐느니.

지은지 15년 정도된 주차장 제대로 없는 빌라에 사시는 시댁. 친정은 40평 브랜드 아파트 거주하십니다. 빌라를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집 보는 눈은 저희 친정도 있다는 말이죠. 3년 내내 수십번 얘기하길래, 남편도 도저히 못듣겠어서(물론 여러번 그런말 하지 마시라고 말렸음) 시어머니 찾아뵙고 싫은소리 좀 했나보더라구요.

난리났죠.
시어머니 전화와서는 야! 니가 지었냐? 야! 야! 그 집 니가 지었어? 별로인 집을 별로라고 하지 뭐가 잘못됐어? 야! 야! 며느리가 되서 그정도 말도 못참아? (맨날 OO아, 아가 하시더니 대뜸 야! 야! 니가 니가! 야! 하시더군요.)
저 : 어머님, 저희 집이 어머님 마음에 안드실 수 있죠. 근데 지금 저희가 잘 살고 있는 집이잖아요. 사람이 살고 있는 집을 계속 그렇게 엉망이라고 하시면 살고 있는 사람이 뭐가 되나요. 그리고 이 집 살 때 저희 어머니, 아버지께서 같이 봐주신 것도 아시잖아요. 근데 왜 계속 집 보는 눈도 없이 샀냐고 말씀하시는건 저희 집안을 폄하하시는 거 아니시냐고.

시어머니 왈, 아 됐고~ 야! 됐다~ 말하지말자~ 니가 우리 아들 얼마나 잡았으면 나한테 와서 화를 내냐?(결혼전에는 자기 아들이 자주 화냈는데 결혼하고 의젓해지고 어른스러워져서 다 똑부러지는 니 덕분인 것 같다고 칭찬하던 말은 뭐였는지) 며느리 없다 생각하고 살테니 너희들끼리 잘먹고 잘살아라! 야 너 시아버지도 너 싫단다(시아버지는 내막 1도 모르심. 어머님께서 각색한 말만 들으셨음)

제가 이런 소리 들을 정도로 죽을죄를 지은거냐고 되물었어요. 이렇게까지 노발대발하실 정도로 제가 잘못한거냐고. 남편한테 그정도 섭섭함도 얘기 못하냐고. 확실하게 하려고 재차 물었어요. 그랬더니 자기 아들이 그랬다네요, 우리 부부 사이는 전혀 문제없이 잘 지내는데 어머니만 뵙고 오면 싸운다고. 그러니 최대한 왕래를 덜하는 게 좋겠다고. 자기 아들이 그렇게 말한 것도 제가 다 이간질해서 그런거고, 니가 얼마나 우리 아들을 잡았으면 그러겠냐며.

시어머니 왈, 나 한번 한본다고 하면 안보는 사람이야~ 볼 줄 알아? 안봐 안봐! 야! 그래~ 너 죽을죄 안지었다. 내가 다 잘못했나보네~ 아이고 미안해라~ 그러니 이제 안봐야겠지? 내가 이렇게 화낼 정도면 우리 이제 안봐야되는 거 맞지? 너도 내가 무섭겠지만 나도 니가 무섭다~ 그니까 보지 말자고~ 안본다고~ 안봐!! 그래서 제가, 말씀하신 그대로 저희 친정에도 말해요? 그랬더니 뭐…뭐??? 그래~ 다 말해라 ~ 다 말해~~ 그 후로도 뭐라뭐라 하시길래 아무말 안하고 있었더니 전화를 끊으심. 기승전 안봐! 안보는 게 무기인 시어머니. 그게 무슨 무기라고.

평온을 유지하는 건 힘들어도, 상황을 나쁘게 만드는 건 쉽죠. 거의 모든 경우들이. 저야말로 안보고 사는 게 더 편하지, 억지로 참고 사는 게 더 편한가요? 한 3년 시달리고 살았더니 홀가분하네요. 어떤 경우라도 기본 도리는 하고 살아야지 하는 생각에 열심히 참고 비위 맞춰주려고 했는데 저희 집안까지 폄하하는 꼬라지는 못보겠어요.

남편 친가쪽하고 연 끊고 산지 오래됐다고 했을 때부터, 상견례 자리에 등산복 티셔츠 입고 오셔서 음식이 자기 입에 맞지 않다고 내내 투정부리실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는데. 다 제 팔자고 남편한테 콩깍지 씌었던 제 탓이겠지요.

신랑보고 결정하라고 했어요. 최악의 상황이다. 나랑 이혼할래? 이혼 안할거면 앞으로 여보 고아라고 생각하고 살겠다고. 남편이 절대 헤어질 생각없고 지금처럼 계속 살고싶다고, 시댁은 앞으로 자기가 알아서 할테니 신경쓰지 말라고, 장인장모님은 잘 챙기겠다고 해서 알겠다고 하고 대략 마무리했어요.

시어머니라는 타이틀이 무슨 권력이라고, 태어나지도 않은 아들의 자식보다 본인들의 금전적 이익이 우선인, 딸가진 죄인이라고 사돈댁을 폄하하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는 시댁은 저도 싫으네요. 이젠 그들이 보자해도 제가 안볼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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