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는 괜찮아…술이 센 사람이 따로 있을까?

최근 김병옥, 안재욱 등 연예인들의 잇단 음주운전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하는 ‘윤창호법’이 지난해 말부터 시행 중이지만,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며 여전히 술마시고 운전하는 사람들이 있다. 한 잔을 마셔도 운전은 하지 말아야 한다. 술자리가 예정돼 있다면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한다.

주변에서 “나는 술이 세다”라고 얘기하는 사람이 있다. 사람마다 술에 취하는 정도가 다른 것은 사실이다. 몸 안에서 술(알코올)을 분해하는 속도에 개인차가 있기 때문이다.

개인의 알코올 대사 능력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유전성, 나이, 성별, 인종, 체중, 운동량, 음주 전 음식 섭취량, 약의 복용 등 다양하다.

대표적인 알코올 분해 효소인 ADH 및 ALDH는 태어날 때부터 간에서 그 함량이 조절된다. 출생 때부터 알코올 분해효소가 적은 사람은 많은 사람에 비해 술에 약하다. 같은 양과 도수의 술을 마시더라도 얼굴이 쉽게 벌게진다. 일찍 취하고, 숙취도 오래 가 늦게 깨는 경향을 보인다. 알코올 분해효소는 술을 자주 마실수록 약간 늘어나기도 한다. ‘술이 는다’는 말이 생기게 된 이유다.

성호르몬에 의해 알코올 대사 능력이 달라지기도 한다. 여성은 월경주기에 따라 체내에서 알코올이 없어지는데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개인차가 있지만 남녀가 같은 양의 술을 마신다면 여성이 더 빨리 취하고 해독도 느리다.

안상훈 연세대 의과대학 교수(소화기내과)는 “여성은 남성에 비해 음주로 인한 간 손상이 쉽게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이는 알코올 대사의 첫 단계인 위 안의 알코올 탈수소효소가 적어 알코올의 생체이용도가 증가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술을 마시면 금세 얼굴이 벌게지는 사람은 정상인에 비해 몸 안의 아세트알데히드 탈수소효소(ALDH)가 적기 때문이다. 음주 후 알코올은 간에서 분해되는데 ALDH에 의해 초산으로 바뀐 뒤 물과 이산화탄소로 최종 분해돼 소변 등을 통해 몸 밖으로 배출된다.

음주습관이나 음식섭취 등도 알코올 흡수 속도에 영향을 미친다. 빈 속에 안주 없이 급하게 술을 마시면 빨리 취한다. 반면에 식사를 충분히 한 후에 안주와 함께 술을 천천히 마시면 쉽게 취하지 않을 수 있다.

약물도 영향을 미친다. 간에서 대사되는 약물을 복용하는 중에 음주를 하면 해독작용을 담당하는 간의 부담이 증가한다. 당연히 알코올 대사가 떨어지게 된다.

술을 자주 마시면 빨리 취할 수 있다. 간이 회복되는 시간이 부족해 간의 피로가 쌓이고 알코올 분해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간에 무리가 가니 온 몸에 피로감도 생긴다. 간 전문의들에 따르면 술을 마셨다면 적어도 3일 정도는 금주를 해야 간이 충분히 쉴 수 있다.

암 예방을 위해서는 술은 한 잔도 마시지 않는 게 좋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에 따르면 술은 1군 발암요인이다. 하루 1-2잔의 술로도 구강암, 식도암, 유방암, 간암 등의 발생 위험이 증가한다.

유럽 암예방수칙(ECAC)에서는 ‘어떤 종류의 술이든 마시지 않는 것이 암 예방에 좋다’고 명시돼 있다. 우리나라도 2016년부터 국가암예방수칙에 ‘암 예방을 위해서는 하루 한두 잔 소량의 음주도 피하기’로 개정했다.

암 발생에 있어 안전한 음주량은 없다. 음주운전도 마찬가지이다. ‘이 정도는 괜찮아’라는 방심이 자신은 물론 주변을 불행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