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낸 후 “괜찮다”는 말에 현장 떠난 차량… 뺑소니?

서로 안면이 있는 사이에서 운전 중 우측 사이드미러로 피해자 팔을 부딪치는 사고를 낸 뒤 “괜찮다”는 피해자의 말에 사고 현장을 떠난 택시 운전자에게 ‘뺑소니’ 혐의가 인정되지 않았다.

대법원 제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치상)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모(54)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유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무죄 취지로 파기, 사건을 춘천지법 강릉지원 합의부에 돌려보냈다고 15일 밝혔다.

대법원은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괜찮다는 말을 듣고 비교적 경미한 사고라고 판단해 사고장소를 이탈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피고인이 도주의 범의로써 사고현장을 이탈해 사고를 낸 자가 누구인지 확정할 수 없는 상태를 초래한 것으로까지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김씨는 2016년 10월 오후 4시쯤 택시를 운전해 삼척시 한 읍내의 도로를 달리다 우측 사이드미러로 일면식 있는 피해자 이모(54·여)씨 왼팔을 들이받았다. 김씨는 즉시 차를 세워 조수석 창문을 열어 피해자와 몇 마디 대화를 한 후 원래의 진행방향으로 택시를 운전해 갔다.

사고 후 피해자는 곧바로 병원에 가지 않고 원래 일정에 따라 주위에서 장을 본 후 집으로 돌아갔다. 이씨는 이후 이 사고로 3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입었다는 진단을 받았다. 두 사람은 서로 일면식이 있어 서로 상대가 누군지 알았다.

재판의 쟁점은 사고 직후 택시 운전사가 피해자에게 어떤 내용의 대화를 했는지에 있었다. 택시 기사는 “피해자에게 괜찮냐고 물었는데 피해자가 괜찮다고 해 그냥 간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했다. 반면 피해자는 “피고인에게 당시 괜찮다는 말을 한 적이 없다”라고 맞섰다.

1심은 피해자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며 공소를 기각했다. 증인신문 절차를 진행하면서 진술에 임하는 증인 모습과 태도를 직접 관찰한 결과 증인 진술에 대해 신빙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봤다.

법원은 “피해자가 과장하거나 유리하게 진술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치료 또한 과하게 받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일면식이 있는 상황에서 피고인이 도주한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렵다”고 봤다.

반면 2심은 “피해자가 사고 당시의 상황에 대해서는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을 대체로 유지하고 있다”며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할 수 있다며 1심을 파기했다. 다만. 죄가 있으나 사안이 경미에 김씨에게 형의 선고를 유예했다.

대법원은 1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재판부는 “항소심이 1심 판단과 달리 그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할 수 있으려면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한 제1심의 판단을 수긍할 수 없는 충분하고도 납득할 만한 현저한 사정이 나타나는 경우여야 한다”며 원심을 파기했다.